시몬과 렌의 사랑을 병상에서 밝힌 모윤숙 시인
시몬과 렌의 사랑을 병상에서 밝힌 모윤숙 시인
  • 김두호
  • 승인 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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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은 나의 영원한 환상의 남자였다 / 김두호

...시몬! 내일이나 모래면 이 병실을 떠나 어느 해변가로 가서 편히 쉬겠습니다. 바닷물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제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쓰면서 생의 최후를 환영하겠습니다. 이 현실에서 물들고 때 묻어 더러워지는 듯한 이 혼을, 시몬! 당신이 구해주셔요...



[인터뷰365 김두호] 모윤숙 시인이 1937년 일기형식으로 쓴 산문집 <렌의 애가> 중의 일부분이다. 렌은 아마도 작가 자신일지 모르고 시몬은 일생 동안 그녀가 그리워한 환상속의 연인일지 모른다. 독자들의 그런 짐작을 본인이 직접 밝힌 때가 있었다.
1981년 가을이 깊어갈 때 그는 9개월째 병상에서 지루한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누워 있으면서 느낀 것은 건강이 소중하다는 생각보다 생명이 무너지면서 다가오는 허무 고독 같은 시간과 마주쳐 오히려 영혼이 맑아진다는 것입니다. 혈기왕성해서 건강하게만 살면 돈이나 명예, 육욕 등의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무의미해요. 전에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병석에서 새삼 선과 악, 온갖 편견과 경쟁사회의 독소들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보고 있습니다. 니체나 칸트, 괴테 같은 분들도 죽음의 고통을 겪으면서 삶의 진리에 눈이 뜬 분들입니다.”
그녀는 병상의 렌이 되어 순결한 인간의 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사색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과연 그녀의 마음속에 애절하게 연모해온 시몬은 누구였을까?
“시몬은 나에게 영원한 환상의 남자입니다. 내 평생 곁에 있고 깊은 밤에 시몬을 부르면 영감이 계속 떠오릅니다. 현실 속에 배우자가 있다 해도 구원(久遠)의 연인이 있다면 괴로운 일이지만 혼이 깨어납니다. 렌의 애가는 그대로 이데아의 세계입니다. 거기에는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한마디도 안나옵니다. 나는 사랑과 결혼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람들은 편지에 그리움을 담는 걸 고리타분하게 생각합니다. 전화로 약속하고 금방 손잡고 입맞추고 잠자고 하는 것을 사랑으로 알고 있어요. 정말 사랑하면 키스도 함부로 못하고 떨려서 손목도 못잡아요. 렌과 시몬은 결국 손 한번 못잡게 되죠. 사실 결혼이란 길어야 3년이면 피차 사랑에 대한 환상이 사라집니다.”
모윤숙 시인은 그로부터 8년 후인 1990년 6월, 80세 되던 해에 타계했다. 기자는 소년기에 접한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시를 아직도 일부를 암송하고 있다.
<산옆 외따른 골짜기에 /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 아무 말 아무 움직임도 없이 /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소위였고나 ...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 나는 죽었노라 /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실제 전쟁당시 산골을 헤매다가 홀로 숨져 있는 국군을 발견하고 썼다는 일화가 따른다. 모윤숙 시인은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에는 경찰에 불려갈 정도로 저항시를 쓰기도 했으나 일제 침략전쟁(2차대전)이 한창일 때는 그들의 행위를 고무하는 글을 발표해 친일시인으로 오점도 함께 남겼다. 그러나 해방 후 정치 외교 문화계와 여성운동가로 폭넓게 활동해 현대사의 대표적인 여류명사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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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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