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얼음낚시의 도슨 (9)
‘타이타닉’ 얼음낚시의 도슨 (9)
  • 김다인
  • 승인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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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잭이 로즈를 구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칼은 억지로 잭을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몰리의 도움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잭이 인사를 한다. 아는 척하는 한 신사가 “보스턴의 그 도슨”이라 묻자 잭은 “아니요, 얼음낚시의 도슨”이라고 답한다. 타이타닉호의 앞날을 예견하듯 잭은 “삶이란 낭비해선 안된다. 매순간이 소중하다”는 말을 한다.


생각포인트

=작은 세계 이론, 네트워킹

잭이 초대된 저녁 식사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7(?)명이다. 로즈를 포함한 그들 중 누구도 잭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좀 더 오랜시간 함께 앉아 자신들의 주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다섯 사람을 거론하는 사이에 이들은 서로 아는 사이가 될 것이다. 이것이 ‘여섯 단계의 분리’(6 Degrees of Seperation)이다. 즉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중간에 다섯 단계만 끼워 넣으면 여섯 번째에는 서로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 사람이 평생 100명의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자. 1단계에서는 100명밖에 모르지만 2단계에서는 100명의 친구들인 10,000명, 3단계에서는 100만 명과 연결될 수 있다. 4단계에서는 1억명, 5단계에서는 100억 명이 되므로 전 세계 인구 60억과 소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6단계만 거치면 여러분도 부시 대통령과 아는 사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개념을 이론화시킨 것이 ‘작은 세계 이론’이다. ‘작은 세계 이론’은 헛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나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에이즈 같은 성 매개 질병의 확산 이유를 설명하는 등에 이용되고 있다. 작은 세계 현상을 이론화시킨 것이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다.

여섯 단계 법칙은 인터넷 검색의 강자 구글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웹페이지 하나에 연결되어 있는 수십개의 하이퍼링크를 갈무리한 뒤 하이퍼링크 된 수십여개의 웹페이지에 있는 하이퍼링크를 각각 갈무리한다. 이렇게 몇 단계만 하면 이론적으로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웹페이지를 갈무리 할 수 있게 된다.

‘여섯 단계의 분리’를 게임에 적용시켜 대유행을 시킨 것이 ‘케빈 베이컨 게임’이다. 케빈 베이컨은 <슬리퍼스><와일드 리버> 등을 비롯해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강렬한 개성을 남긴 배우다. 이 게임은 1994년, 3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자기들끼리 즐기던 게임으로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어떤 배우이든 6단계를 거치면(아니 그 이전에라도) 케빈 베이컨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연결된 사람의 수를 ‘베이컨 넘버’라 부르는데 이 넘버가 90%가 6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대한 미국 영화산업이 결국은 작은 세계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3명의 젊은이들은 이 게임을 MTV의 한 쇼에 나와 시범을 보였고 이후 한때 대단한 유행을 몰고와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라는 책까지 출간됐다.

‘케빈 베이컨 게임’이 가능한 것은 하이퍼링크 덕이다. 숱한 배우들의 필모그라피를 저장해놓은 데이터베이스에는 수만명의 영화인물 정보와 수십만편의 영화 정보가 하이퍼링크되어 있다.


tip

=벼락부자 몰리 브라운

낮은 신분 출신으로 유일하게 일등 선실에 탑승한 승객이 몰리 브라운이다. 몰리는 상류층 부인들이 조롱하는 가운데 잭에게 유일하게 호의를 베푼다. 몰리는 실존했던 인물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다가 광산마을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제임스 브라운이 1894년 금광을 발견함으로써 일약 부자가 됐다. 타이타닉 침몰 후 구명보트를 타고 살아난 몰리는 영화에서처럼 생존자 구명에 앞장섰으며, 남편 사후에는 재산이 점점 줄어들어 노후에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고 전해진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스터디 <왕의 남자>에 이어 이번에는 <타이타닉>을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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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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