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된 어느 부상 중대장 이야기
장관이 된 어느 부상 중대장 이야기
  • 김두호
  • 승인 2008.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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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구해준 산골 아낙에게 보은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도곡리는 한국전쟁(6.25) 때 격전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를테면 중공군의 인해전술이 남쪽으로 치닫고 있을 때 참전 연합군과 우리 국군들은 도처에서 중공군을 상대로 시산혈하(屍山血河)의 전투를 벌였다.

그 때 도곡리 198번지에 살고 있는 원준희 씨의 집에 피투성이가 된 부상 중대장 한명이 부하의 등에 업혀 피신해 들어왔다. 당시 원준희 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26살 산골 동네의 아낙네였다. 원 여인은 시부모와 함께 핏물이 흥건한 군복을 벗겨 상처부위에 호박속을 긁어 붙이는 등 민간요법으로 치료에 정성을 쏟았다.


위기는 중공군들이 마을을 덮치고 원여인의 집까지 수색을 시작했을 때였다. 중공군 병사가 방문을 열어젖히고 총구를 가족들에게 겨냥하자 원여인은 누워있는 남자를 남편처럼 생각하도록 위장 시늉을 했다. 군복은 이미 숨긴 뒤였다. 슬기롭게 시부모와 함께 장교를 구해낸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세월이 흘렀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은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의 중대장이었고 20여년 후 그는 별 3개를 어깨에 단 육군 중장이 되어 도곡리를 찾았다. 별로 변한 것이 없는 초가삼간 마당에서 콩타작을 하고 있는 원여인의 가족들을 만난 것이다. 실로 감개무량한 해후. 이미 주름살이 덮인 원여인은 장군의 손목을 잡고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시부모도 눈물을 적시며 재회를 꿈같은 순간으로 맞이했다.



그 장군은 죽음의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자신을 치료하고 지켜준 가족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재산을 털어 그들의 초가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23평짜리 예쁜 보은의 새집 한 채를 지어주었다. 나중에 국방부장관까지 지낸 윤모 장군의 전쟁터 일화다. 영화나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본인에게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고 1983년 6.25 전쟁비화를 수집하기 위해 현장을 뛰던 저술가 정채호 씨를 인터뷰할 때 기록해둔 기자의 취재노트에서 나온 얘기다. 정씨는 6.25 참전 해병정훈 장교 출신으로 전쟁비화와 관련해 방대한 자료를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수집해두고 있었다.

주인공 윤모 장군은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인물이지만 12.12 사태 때 육군참모차장으로 사태진압에 실패했으나 오히려 신군부의 권력태동에 참여해 1군사령관을 거쳐 육군대장에 승진하고 국방부장관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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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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