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의 C.S.I, 국내 최초 감정학박사 이동천
문화계의 C.S.I, 국내 최초 감정학박사 이동천
  • 이규형
  • 승인 200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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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소장 미술품 50% 이상이 가짜다” / 이규형




“삼성미술관- 장승업 <영모도 대련> 신윤복 <산수도> 김정희 <오악규릉> 남계우 <화점도 대련> 등 가짜!”

“서울대학교 박물관- 김홍도 <기우도> 김응원 <목란도> 정선 <만폭동> <도강도> <관월도> 등 가짜!”

“국립 중앙박물관- 정선 <파교설후> 김정희 <산수도> 장승업 <기명절지도> 등 가짜! 삼성, 서울대, 국립박물관이 이런 사정이라면 전국 미술관 박물관은 얘기할 필요가 없다.”


고수(高手)가 왔다

[인터뷰365 이규형] 2008년 고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화제의 인물 이동천.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전국 유명 소장미술품 50% 이상은 가짜란다.
이건 가히 문화 쿠데타다. 그냥 말로 떠든 것이 아니라 500페이지 넘는 ‘진상[眞相]’ 이란 책으로 가짜 위작의 진상을 밝혔다. 동아일보사가 낸 책이다. 작가는 현직 서울대 교수다. 그리고 이 남자 대한민국 감정학박사 1호다. 이 정도쯤 되면 얼핏 봐도 장난이 아니다.
그의 책 ‘진상’ 을 밤새 읽었다. 그리고 결론은 내렸다. ‘아 이 친구 진짜다.’
만나보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문화계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한수 배우는 게 최대 행복이었다. 아예 제목이 <고수> 라는 소설을 써대던 시절의 이외수 형, 내가 지구에서 제일 재밌는 인간이라 생각하는 전유성 형, 내 청춘의 반이었던 만화의 신 이현세 형, 넓은 세상을 보라며 날 일본으로 가게 만든 조용필 형, 모두 내가 직접 찾아가서 친해졌고 지난 기십년 재미있게 이빨 까고 지낸다. 이동천이란 사나이 젊지만 결코 이들에 한치 밀리지 않은 문화계의 헤비급 고수임을 난 확신했다.


진짜 가짜 3초면 압니다

가슴이 두근댔다. 악수를 하며 탐색전. 서로의 책을 명함 대신 나눴다. ‘책이야 내가 60권 썼으니 고수지’ 웬걸! 그는 자기 책에 싸인을 하기 위해 먹을 갈고 있었다. 그리고 붓으로 한자를 휘날린다. 존사 이규형 선생 0000 소생 이동천 (00부분 한자 무슨 뜻인지 모르겠음)
근데 여러분 소생(小生)이란 단어 죽이지 않습니까? 이거 고수들이나 쓰는 단어 아닙니까?



“글씨나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의 붓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영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김홍도의 진품을 연구하다 보면 그림 붓놀림의 패턴이 머릿속에 영상으로 저장 된단다. 추사 김정희의 진품 글씨를 계속 연구하다 보면 그 붓놀림 영상이 파일화 된단다. 드라마 C.S.I에서 지문이나 D.N.A로 범인을 잡아내듯 그는 1단계 붓놀림의 영상과 패턴으로 진작위작을 가려낸다. “그래서 일단 진짜가짜 3초면 압니다.” 그 다음은 종이, 연분 등 과학적 분석에 들어가고 역사적 고증으로 가지만 일단은 3초 승부다.


진짜 돈에 가짜 그림 인쇄하는 나라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1000원짜리 신권지폐사건-

“진짜 돈에 가짜 그림을 인쇄하며 유통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1000원 지폐 뒷면에 그려진 겸재 정선의 ‘계상 정계도’는 100% 가짜란다.

“붓놀림이 가짜입니다. (이게 아마 3초였을 게다) 정선이 71세 때 그렸지요. 70세 전후의 정선 작품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납니다. 이 시기 정선의 붓놀림은 굳세고 빠릅니다. 필획은 아래로 긋든 옆으로 긋든 필선의 삐침과 연결이 굳세고 빠르죠. 가짜는 그림에서 보듯 붓의 묘사가 느리고 무기력합니다. 위조자는 필획을 흉내 냈을 뿐 어떻게 할지조차 모르는 붓놀림입니다.”

쉽게 얘기를 하면 자기 그림 70년 그리는 자는 자신있게 휙휙 가지만, 베끼는 위조자는 붓이 조심조심 긴장하며 슬로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
그 외 4가지 더 명쾌한 과학적 역사적 분석으로 밝히는 데 이 얘긴 내가 더 쓸 필요 없다. 그가 서울대에서 기자들과 일반에게 공개 강의한 1000원짜리 지폐사건은 너무 유명해서 인터넷에서 이동천 치면 기사 100개쯤 뜬다.


이동천 한마디에 100억

우리가 꼭 알아야하는 건 정선의 이 작품이 진짜가짜라면 이 그림의 가치 100억이 날아간 거다. 소장가치가 하루아침에 쓰레기 됐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조용한 걸 보면 아마 슬그머니 천원짜리 디자인을 바꿀 것 같다. 이 정도 시끄럽게 공개적으로 떠들면 이 작품을 기탁 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거품 물고 항의할 만도 한데 조용하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된다. 여러분은 이걸 어떻게 해석하고 싶으신지?
그의 명쾌한 이론 한마디에 100억. 이거 정말 무서운 세계다. 미술 경매시장 규모는 엄청나다.



그리고 진짜가짜 명쾌한 감정은 이 시장에서 결정적이다. 한 마디로 이동천은 어마어마한 돈을 움직이고 있는 인물이다. 이 글 서두에서 그가 가짜라고 주장한 작품들이 진짜로 가짜라면 최소한 수천억이 위작자들에게 돌아갔다는 얘기다. 그 중 상당액은 우리가 낸 세금이다.


3년 공부하면 1년 연봉 억대

(화제는 당연 돈 이야기로...) 감정사나 미술품 딜러 하면 전망 있습니까?
“진짜만 확실히 산다면 미술품 재테크만한 투자는 없어요. 노후대책도 걱정 없는 직업입니다.”

하긴 40세만 되면 구조조정 걱정하는 나라에선 중요한 포인트다. 이동천교수의 싸부님들이 중국의 감정대가들이고 80대에도 왕성하게 일을 하고 있다. 오히려 나이 들수록 더 원숙해져가는 직업인 거다. 당신 얼마 법니까? 라고 질문하고 싶지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왔다.
주위에서 비싼 골동품 하나 감정의뢰 봐주면 억대도 움직이는 걸 알고 있다. 이동천박사 정도면 최고물건 최고 감정대가다. 의뢰인이 줄을 서서 올 게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이 양반 만나기 전 인터넷에서 그 부분을 확인했다. 화랑 주인들하고는 밥 한 끼도 안 먹는다는 걸. 친해지면 약해진다. 정에 약해지면 침묵하게 된다. 그러면 그때 이동천은 이미 ‘진상’의 칼을 든 교수 이동천이 아니라 사람 좋은 부자감정가 이동천이다.

교육자니깐 후예 양성 하는 게 꿈 아닙니까? 제자들은 잘 먹고 잘 살아야 되잖습니까? 이 교수처럼 ‘진상’ 만 밝힐 게 아니라.
“그럼요. 난 학생들에게 수시로 그렇게 가르칩니다. 너희들이 당장 서울 옥션에 물건을 기획하면 어떻게 해야 많이 팔릴 수 있겠니 식의.......” (참고로 지난 해 미술 경매는 1천8백억 서울 옥션만 3백억 매출)

역시 그는 선수답게 다 알고 있고 그걸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미술경매선진국에서 10년 현장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술경매 매니아는 7천만. 우리 인구보다 많다.
전국경매시장의 규모와 횟수는 엄청나다. 그의 ‘싸부’들은 이동천이라는 제자를 혹독하게 중국 경매시장과박물관(전시실이 아닌 작품창고)에서 살게 했다.
박사 논문도 존경하는 스승 양인개와 가덕경매장에 갔다가 물건(작품)에 대한 의견이 일치 하면서 결정됐다. 특이한 학문인 이쪽 세계에서 실전 이상의 교육은 없다.
그는 그런 노하우와 엑기스를 자기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3년 열심히 공부하고 어느 정도 작품감정 능력을 갖춘 딜러하면 연봉 1억은 벌죠. 단 자기가 좋아서 미쳐야돼요.”


감정학은 C.S.I 드라마다

‘시체는 범인을 알고 있다’ 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다. 아까 C.S.I 얘기를 했듯 사람은 죽었어도 법의학수사는 시체만 보고 많은 경우 범인이 누군지 안다. 시체는 피.정액, D.N.A, 침, 머리털을 통해서 마치 살아서 말하듯 수사관들에게 범인을 가르쳐준다.
이동천교수의 직업은 그런 법의학과 일견 상통한다. 과학인 거다. 그러니 화학에 정통해야 하고. 학문 세계니깐 일단 한학과 미술사 동양사는 기본인 것이고...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감정학이란 공부 으스스해진다.
“공부가 장난이 아니었겠어요?”




연못은 먹을 갈아 말랐고.....

아버님이 문화재지정위원이어서 집안 분위기 덕을 봤다. 5살 때부터 한학이랑 서예를 공부했다. 매일 밤새고 글씨 쓰는 가운데 솜씨는 늘어 전주고등학교 재학 시절엔 전국 서예 대회를 휩쓸었다. 이때쯤엔 어른들이 이동천 학생에게 찾아와 글씨를 배우고 그 작품들을 팔았다. 중국 서예의 최고수인 그의 스승은 이동천 천자문을 이렇게 평한다.

‘필력은 웅대함과 굳셈을 추구하여 종이 뒷면을 뚫고 서려 하였다. 눈을 비벼 번쩍 뜨이게 한다.’

대학에선 국문학을 전공. 감정학자가 되고 싶은 목마름으로 중국 감정학의 대가 ‘양 인개’선생에게 편지를 띄운다. 제자 허락을 받고 중국으로 10년간 힘든 중국여정이 시작된다.
중국 예술 연구원 원장이며 중국 인민대학 교수인 ‘풍 기용’ 교수는 이동천의 당시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李生은 옛것을 좋아함이 특별나고 또한 돈독하여. 북경에 유학 와서 배움을 어렵게 구하고 찾고 있다. 연못의 물은 먹을 갈아 말랐고 (헉!) 쓰고 버린 붓은 높고 큰 무덤을 이루었으며 (헉!) 한밤중에는 더욱이 손가락으로 배에 글씨 연습하였다.’

가히 상상이 된다. 어쨌든 붓에선 입신의 경지에 섰다는 평을 들었다. 어떤 서화를 보던 붓놀림 영상이 영화처럼 보인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북경 미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박물관과 대학에서 감정학교수로 재직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감정학박사 1호로 서울대에.....
할 만큼 한 거다. 공부얘기 끝.


이동천 조심해라 칼 맞는다

그를 아끼는 신문 방송기자들이 많다. 그 중엔 모자를 사다주며 빡빡머리 변장하고 다니라 걱정하는 이도 있다. 주위에서 이동천 씹는 소리가 심상치 않은 거다. 하긴 그의 위작발표이론 하나에 수십억씩 날렸다고 한숨 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언제 언제 예술의 전당 추사 김정희 콜렉션은 대부분 가짜였다고.
이동천이 그런 발표할 때마다 관계자들은 죽을 맛일 게다. 그 역시 그런 발표를 할 때마다 그 사람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그러나 그는 냉철하게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가짜라고 했기 때문에 진짜가 하루아침에 가짜가 된 게 아니다. 그것은 원래부터 가짜였다. 이것이 진상이다.”



명예. 자존심 이 두 단어가 인간 이동천의 재산이다. 그러나 난 당부했다. 밤에 혼자 다니지 마슈. 전철 탈 때 앞에 서있지 마슈. 밀려 떨어지는 수가 있으니깐.... 한두 번 듣는 말이 아닌지 의외로 담담하다.

“목숨을 걸었습니다. 진실은 밝혀져야 됩니다.”

모르겠다. 이동천교수의 ‘진상’ 이론처럼 우리나라 현 미술품 50%가 가짜인지 아닌지는..
미술계는 한결같이 이동천 말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연구한 어떤 학자가 이렇게 큰 국가적 문제를 정식적으로 제기했다면 누군가 다수파에서도 반대편의 소리가 정식으로 나와 정반합으로 ‘진상’을 가려야 하는 것 아닌가. 이동천이라는 고수와 끝장 승부를 낼 또 다른 고수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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