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뼈를 묻은 어느 독일인 이야기
한국에 뼈를 묻은 어느 독일인 이야기
  • 김두호
  • 승인 200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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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술교육에 일생 바친 프리츠 호만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한국과 독일은 1882년 5월에 수호통상조약에 서명했으나 조약이 발효된 것은 이듬해 11월 26일이었다. 그러니까 오는 26일이 한·독 국교가 트인 수교 115주년 되는 날이다. 그날을 기념하며 한국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독일인 기술교육자 한사람을 추억해 본다.

프리츠 호만(Fritz Hohmann)은 한국 이름이 호만녕부(好萬寧富)였다. 그는 1909년 독일 카셀시에서 태어나 슈투트 가르트 공대를 졸업, 독일정부의 기술감독과 기술 고문을 역임하고 1960년대에 한국으로 건너와 남은 일생을 한국의 청소년 기술 교육에 바치고 1982년에 떠났다. 독일로 돌아가 눈을 감았지만 유언에 따라 가족이 유골을 한국으로 모셔와 고인이 생전에 즐겨 찾던 전남 나주 근교의 다보사라는 절에 안치했다가 제자들이 부근에 분묘를 만들어 모셨다.

나주는 그가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기술교육을 가르치며 살던 곳이다. 그는 1959년 호남비료 나주공장 건설의 독인인 고문으로 한국과 연을 맺게 됐고, 등산길에 학비가 없어 나무를 하며 책을 보는 어린 학생을 만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냈다. 나라 안이 기술입국의 꿈을 내걸었던 때 나주에 정착한 호만은 진학 못한 가난한 청소년을 모아 기술훈련을 시키며 독일에 유학 보낸 청소년만 3백여 명을 헤아린다. 현재 명문사립학교가 된 나주시 금성고등학교의 전신이 금성종합고등학교이고 그 뿌리가 호만이 62년에 시작한 호만기술학원이었다. 68년에는 독일식 기술교육을 하는 한독고등기술학교로 키워 독일에서 교육기재를 원조 받아가며 고교과정의 학업과 함께 독일인의 철저한 기술 정신을 옮겨 심었다.

그는 귀국을 지시한 독일의 소속 기업에 사표를 내고 나주에 주저앉아 학교를 키워나갔다. 부인은 남편이 한국에 온 뒤 타계했고 2남3녀의 자녀들은 아버지와 생이별 처지에서 성장했다. 독일로 유학 간 제자 중에는 지금 박사가 되고 기술자가 된 저명한 인물도 많다. 박정희 대통령은 틈틈이 그를 만나 도와줄 일을 물었지만 한번도 재정적인 고충을 밝히지 않았고 훈장을 준다고 부른 날도 점퍼만 입던 그에게 입고 갈 정장 양복이 없어 헌양복을 사입고 갈만큼 검소하게 살았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지만 한국의 절을 좋아했고 사계가 분명한 자연과 인정풍물을 모두 사랑하며 호만녕부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호만은 쇠잔한 몸을 이끌고 부인이 잠든 고향으로 돌아간 직후 곧 세상을 떠났다. 유품이라고는 훈장을 받을 때 산 헌 양복 한 벌과 평생 입은 바바리 코트와 점퍼뿐이었다. 의사와 교직자로 훌륭하게 자란 자식들이 임종을 지켜보는 자리에서 그는 “나의 나라 나주에 묻어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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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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