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왕과 공길의 그림자놀이 (9)
‘왕의 남자’ 왕과 공길의 그림자놀이 (9)
  • 김다인
  • 승인 20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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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9 중신을 가지고 놀다


[인터뷰365 김다인] 광대 모집이 끝나자 장생패는 본격적으로 ‘중신을 가지고 노는’ 판을 벌인다. 연산과 녹수, 중신들이 배석한 가운데 대감 탈을 쓴 장생이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는 글이 적힌 부채를 들고 탐관오리 역을 한다. ‘천하위공’이란 ‘천하가 공신들의 것이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놀이 중 탐관오리는 황금거북을 뇌물로 받고 성상납을 받으며 자기 식구 부귀영화 누리기에 관직을 이용한다. 극중 부패한 대신의 일화는 당시 형조판서를 맡은 윤지상. 자기 일을 풍자한 것인 줄 안 윤지상은 어쩔 줄 모른다. 흥이 난 연산이 놀이판으로 뛰어들며 놀다가 중신들에게 일갈한다.

연산 "너냐? 지난번 평양감사로 갈 적에 이끌고 간 식솔이 백명이 넘었다며?"
(중신, 사색이 된다)
연산 "그럼 너냐?"
윤지상 "전하 잘못했습니다. 이놈이 없이 자란 탓에 가난이 한이 되어 그만..."
연산 "여봐라, 형조판서 유지상을 파직시키고 전재산을 몰수하여 국고에 편입하라!"



#9-1 연산, 권력으로 공길을 갖다

놀이판이 끝난 후 연산은 공길을 처소로 부른다. 얼굴을 차마 들지 못하는 공길에게 연산은 “놀자”고 한다. 이때 공길은 준비해온 손가락 인형으로 놀이를 한다. 아무 대사 없이 이뤄지는 이 인형놀이는 공길이 장생에서 왕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장생과 공길을 닮은 인형. 공길이 엄지와 검지를 넣어 조종한다. 장생 인형 떠나려 하자 공길 인형이 붙잡고 못이기는 척 다시 앉은 장생 인형. 두 인형은 나란히 앉아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때 연산군이 다가와 장생 인형을 빼앗는다. 연산이 조종하는 장생 인형은 선 자세로 공길 인형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공길이 인형놀이를 할 때는 나란히 앉아 ‘동등’했던 두 인형의 관계는 연산이 개입함으로써 ‘상하’관계로 바뀐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병풍 뒤에서 하는 그림자놀이. 꽃이 서 있는 주위로 나비가 날아드는 장면이다. 공길이 연산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길의 마음 변화는 원작인 연극 <이>에서는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풀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연산에 대한 연민으로 풀고 있다.



생각포인트
=권력과 성
“권력은 최고의 최음제다.” 미국 카터대통령 시절 국무장관 등으로 최고의 권력자의 위치에 있었던 헨리 키신저가 한 말이다.
권력과 성은 인류 역사에 있어 같은 동전의 앞뒤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왔다. 절대권력을 가진 군주들은 수많은 여인들을 자기 소유물처럼 다뤄 권력을 가진 수컷의 위용을 과시했으며, 권력을 가지려는 여인들은 미모로 권력자를 에워쌌다. 미녀의 대명사인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했으며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케사르를 유혹해 자신의 왕국을 지켜 나갔다. 이같은 예들은 여성 스스로 정치 사회적 권력을 쟁취할 수 없었던 근세 이전의 일들이지만, 온세계의 눈과 귀를 모으게 했던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 스캔들은 권력과 성이 여전히 긴밀하게 유착되어 있음을 입증해준다.

tip
=극중극
공길이 연산 앞에서는 하는 인형놀이는 극중극 형식을 띤다. 영화 후반부, 장생이 눈이 멀어 갇힌 후에도 공길은 장생을 구해달라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인형놀이를 연산 앞에서 한다. 극중극(play-within-a-play)는 등장인물이 극 중에서 하는 극. 극의 내용을 더욱 강조하는 이중구조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문학에도 같은 형식이 있는데 이를 ‘액자소설’이라 한다. 액자 틀 속에 사진이 들어있듯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구조를 뜻한다. 대표적인 액자소설로는 김만중의 <구운몽>을 들 수 있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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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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