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흥청망청의 어원이 생긴 현장 (6)
‘왕의 남자’ 흥청망청의 어원이 생긴 현장 (6)
  • 김다인
  • 승인 200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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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6 연산군과 장녹수가 논다


[인터뷰365 김다인] 장생과 공길이의 놀이판이 끝난 후 궁궐의 밤. 연산군과 장녹수가 장생과 공길이 놀이판에서 한 그대로 흉내내며 논다. 아무리 밤이라 해도 조선시대 왕궁에서 왕과 후궁이 광대패의 행위를 그대로 따라하며 논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 물론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장면이지만, 연산군이 재위 후반에 이를수록 폭정과 향락에 치우쳤으며 거기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던 것이 장녹수라는 사실에 입각한 장면이다. 장녹수는 양반 아비와 천민 어미 사이에서 태어나 입궁하기 전에는 기생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tip

=‘흥청’과 흥청대는 연산군

‘흥청대(거리)다’는 ‘흥에 겨워 마음껏 거드럭거리다’는 뜻의 동사인데, 우리가 지금도 흔히 쓰는 이 말의 유래는 연산군 대에서 나왔다. 연산군이 기생 ‘흥청’들과 어울려 노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갑자사화 이후 나라 다스리는 일은 멀리 하고 향락과 쾌락에 빠져 있던 연산군은 전국에 채홍사, 채청사를 보내 연회에 쓸 여자들을 뽑아 각 고을에서 관리토록 했다. 이들을 운평(運平)이라 했고 이들 가운데서 대궐로 뽑혀온 기생들에게 연산군이 직접 ‘흥청’(興淸)이라 명칭을 내렸다. 운평의 숫자는 점점 늘어 수천명에 달했고 등급까지 매겨져 관리됐으며 양민의 아내나 딸까지 징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평들은 뇌영원을 비롯해 일곱 군데 거처에 기거했고 흥청들은 궁 안의 취홍원에 묵었다. 이들이 입을 옷과 쓰는 화장품을 제공하기 위해 보염서까지 설치했으며 뇌영원에는 문관 2명이 매일 숙직까지 하며 이들을 지켰다. 이들 왕실 전속 기생들을 유지하는 비용은 모두 국고에서 나갔으므로 백성들의 원망이 높았다. 연산이 궁 바깥으로 놀러갈 때는 ‘거사’(擧舍, 이동식 집, 요즘의 캠핑카로 이해하면 된다)를 들고 가 아무데나 세워놓고 흥청들과 유흥을 즐겼다. 결국 연산은 왕좌에서 쫓겨났고, ‘흥청거리(대)다’는 말로 오늘날까지 남게 됐다. 흥청망청은 흥청 뒤에 후렴구처럼 ‘망청’을 붙인 낱말로, 앞의 ‘흥’자와 대구를 이뤄 망할 ‘망’(亡)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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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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