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두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인물들만 별이 아니다. 무명의 민초들 속에서도 감동을 주고 자신의 이름을 빛낸 별들이 헬 수 없이 많다. 자신의 가진 것 모두를 사회에 바쳐 냉정하고 각박한 세상의 인간 촛불이 되어준 사람 중에는 할머니들이 많다.

새우젓 팔아 번 돈 수십억 원을 아낌없이 장학금으로 쾌척한 류양순 할머니(인터뷰365 닷컴 참조)도 있지만 지난 28일에는 부산에 살고 있는 66세 신임순 할머니가 장학금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100개월 동안 저축한 돈을 부경대학 총장에게 전달해 눈길을 모았다. 그 액수가 1천만 원이지만 월 10만원씩 저축하기 위해 8년 4개월간 밤샘 아르바이트를 했다니 눈물겨운 정성이 스며있다. 넉넉한 사람들의 수백억 기부금보다 더 귀한 마음씨를 엿보게 한다. 또 그 대학 법학과에 최고령 만학도로 입학해 지난해 4년 과정의 학사가 되어 못다 배운 한을 풀었다는 일화도 눈길을 끌게 했다.

그 분들처럼 대학마다 기부금을 낸 할머니들의 미담들이 틈틈이 화제에 오른다. 그 중에 홀몸으로 억측같이 살며 설렁탕 팔아 모은 전재산 1억 원을 충북대에 기부해 화제가 됐던 김유례 할머니의 이야기는 다시 풀어놓아도 감동적이다. 1978년 8월, 만 30년 전 바로 이맘 때의 일이다. 그때 연세가 69세였으니 살아 계신다면 백수(99세)인데 오래전 고인이 되신 걸로 알고 있다.

당시 할머니가 기부한 1억 원은 지금 가치로 어림잡아 50억 원도 넘었을 것 같다. 할머니는 29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대폿집도 하고 식당도 운영하며 3남매를 키우며 살았다. 음식 솜씨가 뛰어나 대폿집은 빈대떡으로 소문이 났고 이어서 설렁탕 식당은 유명한 욕쟁이 설렁탕집으로 청주의 명소가 됐다. 험한 세상을 헤쳐나오며 할머니의 입은 방패삼아 시작한 거친 말씨가 마구 튀어나왔지만 원래 마음씨가 순수하고 곧아서 손님들은 악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머로 받아들였다. 누구든 이름이나 직함 끝에 놈자를 달아 청주시장이 오면 “시장놈 오랜만에 왔네”가 인사말이었다. 벼슬자리가 하늘 같아 보였던 자유당 때 안면이 있는 단골 지방 관리들이 서울서 내려온 장관을 모시고 나타났다. 수행원이 귀엣말로 아무개 장관님 모시고 왔으니 말조심하고 예의바르게 처신하라고 진지하게 경고를 했다. 그 할머니가 즉각 장관 면상을 행해 큰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는 말이 걸작이다.

“뭐하는 놈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거드름을 피워? 장관이면 네놈의 장관이지 내 장관이냐?”

그 다음에 욕설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거액의 장학 기부금을 전달받은 당시 총장이 정범모 박사였다. 전달받는 자리에서 정 총장이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고 답례를 하자 할머니는 “그 놈들이 모두 내 손자들이여”라고 응답했다. 그때부터 ‘욕쟁이 할머니’는 ‘충북대 할머니’로 명명 됐고, 충북대에는 ‘김유례 장학회’가 출범했다.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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