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클럽>의 한심한 한진희의 성장 추억
<조강지처클럽>의 한심한 한진희의 성장 추억
  • 김두호
  • 승인 200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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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꿈꾸던 연대 철학과 출신 연기자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회갑 줄 문턱 앞에 선 중진 탤런트 한진희는 요즘 TV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한심한이라는 극중 배역의 이름을 무색케 할 만큼 한심하게 망가진 가장으로 열연중이다. 젊은 시절을 애첩과 살다가 반신불수가 된 몸을 이끌고 본처의 집으로 들어와 온갖 구박을 당하며 산다. 그것도 둘째 여자까지 한 지붕 밑에 들어와 두 여자 사이에서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여기에서 보여주는 한진희의 연기는 누구나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고난도의 노련함이 있다. 다소 우스꽝스런 코믹성 연기의 일면을 보여주지만 그 행위는 일정한 수준에서 오버하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와 사실성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게 끌고 나간다. 비록 조연이지만 재미있는 드라마로 성공하는데 그의 역할은 주연급 못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한진희는 그들 또래 연기자들 가운데 잘생긴 미남으로도 빠지지 않고 다양한 패턴의 드라마에서 어떤 배역이 주어져도 자기 색깔을 지켜가며 자유롭게 연기를 구사하는 능소능대한 연기자 중의 한사람이다. 1973년 TV드라마 <어머니>로 시작해 <결혼행진곡> <호텔리어> <당신은 누구시길래> <사랑은 이런거야> 등등 흑백 드라마시대를 지나 컬러시대로 넘어온 뒤에도 TV 드라마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한진희는 1949년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태어날 때 부모가 모두 초등학교 교장선생이었다. 3남3녀 중 아들로 막내인데 얼굴 잘 생기고 머리도 명석했으나 고집이 있어서 별명이 ‘똥불’이었다. 수송초등학교 경기중고교의 명문을 다닐 때 부모는 큰아들은 법관, 막내인 한진희는 외교관으로 키우려 했다. 그런데 호기심 많고 재주가 많았던 막내는 밴드부에도 들고 권투도 배우고 수영도 하고 고등학교 때는 ‘체인’이라는 불량서클에도 들어가 부모의 생각과는 달리 반대편에서 놀았다. 졸업 첫해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해서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한 것인데 이미 그 때 ‘철학을 아는 연기자’로 길을 정했다. 아나운서 임성훈이 연세대 입학 동기다. 대학시절도 모범생과 반대쪽에서 놀다가 탤런트 공채 창구를 통해 연기자로 길을 돌렸다.


탤런트가 되었으나 제대로 된 배역을 만나지 못하고 5년이 넘도록 고생했던 한진희의 젊은 날 이야기는 시대와 세태의 변화를 실감하는 좋은 사례가 된다. 그는 키가 178cm다. 지금은 보통 키인데 그 때는 장신에 들어가 시대에 안 맞는 체격으로 천대를 받았다. 그 무렵 남녀 주역 연기자들의 키는 대다수 한진희의 턱밑으로 내려와 카메라가 한 화면에서 두 사람을 잡는 투셧이나 여러 사람을 잡는 풀셧일 때 한진희의 머리가 잘려나가게 되므로 그의 초기 배역은 잠깐씩 혼자 뛰는 건달이나 형사 따위만 돌아왔다.


외로울 때 선배 탤런트 정애란의 딸이면서 역시 탤런트가 된 김수옥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찾아왔다. 서로 위로를 나누다가 연인이 되어 1974년 결혼식을 올렸다. 아내가 된 김수옥은 남편의 훌륭한 연기 내조자가 되어 제대로 연기훈련을 시켜줬다. 76년에 기회가 왔다. <결혼행진곡>에서 한진희는 ‘죽갔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매력을 샀다. 주역 연기자의 자리를 잡은 그는 <춘향전> <옥피리> <물망초> <외동딸> 등 사극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드라마의 간판스타로 시선을 몰고 다녔다.


한진희라는 연기자의 추억담에는 짧지만 사연이 많다. 만일 그가 부모가 바라던 대로 외교관이 되었다면 지금쯤 무명의 은퇴자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연기자로 성공한 그의 일과는 아직도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KBS 2TV가 제작중인 새 사극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 대소왕으로 출연할 스케줄이 잡혀 있다. 고구려 주몽의 손자인 대무신왕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먼저 방영된 드라마 <주몽>의 후속 이야기다. 시대가 바뀌어 <주몽>에서 김승수가 맡았던 배역과 다른 이미지의 대소왕을 보여줄 노장 한진희의 변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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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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