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맘마’ 총각 감독 강우석 ②
‘미스터 맘마’ 총각 감독 강우석 ②
  • 김다인
  • 승인 200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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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 윤을 박장대소케 하다 / 김다인



‘그때 그 인터뷰’는 90년대 활발하게 활동하던 영화계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1993년에 쓴 글입니다. 첫 번째인 강우석 감독 편에 이어 한국 영화계 1세대 매니저 방정식씨에 관한 글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인터뷰365 김다인] ‘미스터 맘마’에 등장하는 기발한 육아법들 중에서, 아기는 우유가 담긴 우유병을, 아빠는 소주가 담긴 우유병을 나란히 누워 빠는 장면은 강우석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스스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아빠 혼자서 아기 백일잔치를 치르는 대목은 보는 이들이 ‘눈물을 쏙빼게’ 만드려고 했던 장면이다. 그래서 유달리 힘을 기울였고 촬영도 이틀 동안이나 했는데, 원하는 만큼 감정이 살아나주지 않아 안타깝다. 그래도 우유병 장면과 함께 감독이 꼽는 제일 좋은 장면이다.

‘미스터 맘마’를 찍고 나서 두 연기자들에게 아직도 미안한 감을 지니고 있다.

최진실에게 우선 미안한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탤런트를 십분 발휘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 아기와 아빠에게 비중이 가있는 탓이다. 또 한 사람은 박혜란.

장롱위에 메모를 붙여놓고 가출하는 최민수의 아내 역이다. 초반에 부산 로케까지 가서 가출 이후를 상당부분 찍었는데, 아니다 싶어 전부 버렸다.

가출한 아내의 생활까지를 집어넣는다면 영화가 산만해질 것 같고, ‘왜’ 가출했느냐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내 부재상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탓이다.

연기자 개인에게는 굉장히 미안하지만, 안 집어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아기를 이만큼 찍어냈다는 자부심 외에 ‘미스터 맘마’가 성에 차는 부분은 별로 없다. 솔직히, 대충 만들었던 것들을 누구보다 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개봉하고 있는 극장에 가서 앉아있다가도 슬며시 나오기 일쑤이다.

자신에게는 ‘흥행감독’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그게 바로 문제라는 것 또한 그는 알고 있다.


강우석 감독이 자신의 작품 중에 가장 아끼는 것은 데뷔작인 ‘달콤한 신부들’이다. 정작 그를 유명하게 했던 것은 그 다음에 발표했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이지만, 데뷔작을 여태까지 만든 일곱편 가운데 맨 앞자리에 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고보면 그의 작품들은 신문 사회면 기사를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농촌 총각들 장가가기 어렵다는 기사가 자주 나올 즈음에 ‘달콤한 신부들’이, 중고교생들이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고 있다는 기사 뒤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있고, 대졸 실업자 문제가 심각했을 무렵에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가 있었다.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작품으로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와 ‘스물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이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는 처음 다뤄보는 정치소재 영화인데다가 많은 인원을 등장시켜야 하는 방송국 내부를 주무대로 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 특유의 코미디 감각이 실종되어 시종 경색된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어 나갔던 것도 미진한 부분이다. 그러나 열심히 만든 것에 비해 관객들 호응도가 낮았던 것이 지금 생각에도 아쉽다. 거기에다 ‘금기사항’을 건드렸다고 영화계 내부로부터 배척까지 당했던 기억도 있다.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는 개인적으로 꽤 만들었다고 생각한 만큼, 신통치 않은 반응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다. 그저 그렇고 그런 하이틴 영화로 취급당했던 것이 안타까워 지금도 자신의 영화들 이야기만 나오면 ‘스물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에는 토를 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강우석 감독 영화들의 공통점은 코미디 감각이 살아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감각은 천부적인 것이기도 한데, ‘자니윤 쇼’에 나가 얼굴색 하나 변치 않고 자니윤과 조영남을 박장대소하게 했던 그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은 아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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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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