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9단 장미희 30년 연기의 저력
연기 9단 장미희 30년 연기의 저력
  • 김두호
  • 승인 200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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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장미희는 불사조의 여배우인가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오랜만에 장미희의 인기가 TV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로 살아났다. 쉰한 살의 나이를 숨겨버린 탄력 있는 피부와 젊은 건강미도 주목을 받는다.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한 지붕 밑에 살며 엮어내는 애환을 그린 홈드라마에서 장미희는 김혜자(극중 김한자)의 사돈 고은아역이다. 김한자가 극중에서 “그 여편네는 먹고 모양내는 것밖에 없는 사람”으로 질시하는 사돈 고은아역에 누가 장미희를 캐스팅 했을까? 천재 극작가 김수현의 생각이 작용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캐스팅이 됐다.



3대가 모여 힘겹게 사는 전통적인 보통 가정의 주부 김한자의 막내 딸 나영미(이유리 분)가 부잣집 고은아의 며느리로 시집살이를 하면서, ‘왕비 사모님’ 캐릭터의 시어머니 장미희의 연기가 한창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녀처럼 부리는 가사 도우미를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미쎄스 문∼”은 유행어로 떴고, 럭셔리한 귀걸이 목걸이, 아들 결혼식에 입고 나온 한복 패션 등은 메이커 이름을 알고 싶어하는 네티즌들에게 인기 검색어로 분주하게 뜨고 있다.



장미희의 몸에 맞아떨어진 고은아는 도대체 어떤 여성상(像)인가? 외모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오르지 최고의 명품만을 걸치고 살며 매사에 교양 있고 우아하며 고고한 행동거지를 보이지만 그 행위가 실제는 매우 이중적이면서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요소는 그녀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깔볼 수 없는 이유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곁에는 재벌집안의 재력을 물려받은 무남독녀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명문가 출신 잘 생긴 남편(김용건=김진규 분)이 있고, 아들(김정현=기태영 분)도 박사까지 공부시키며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여자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세탁소로 먹고 사는 집안의 딸 영미를 맞이해 고고한 눈높이로 며느리를 끌어 올렸다가 수시로 떨어뜨리고 무시하는 풍경이 점입가경으로 이어진다. 남들은 웃기는 속 빈 여자로 보이지만 누가 뭐래든 혼자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혼자 잘 난 척하는 여자가 이를테면 고은아다. 고루한 현모양처보다 왕비처럼 폼내며 실속 있게 사는 여자를 선호하는 이 시대 여자들의 심리 속에는 부글부글 끓는 고민을 안고 고달픈 독백을 읊조리며 사는 현모양처 김한자보다 고은아가 부럽게 비칠 수 있다. 실속보다 포장이 돋보이는 고급 화장품처럼 현대인에게 고은아를 덮어놓고 속물 같은 여자로 폄하하고 질타하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시선이다.



장미희는 아주 천연덕스럽고 편안한 얼굴로 모처럼 우물에 있던 물고기가 강으로 나온 듯이 다양한 연기패턴을 보여주며 고은아 역을 즐기고 있다. 여기에서 장미희의 실존 초상화에 숨어 있는 캐릭터와 직업정신, 인간적인 삶이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 낸 가식의 캐릭터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 있을 것 같다.



장미희는 과연 어떤 여자일까? 필자가 30여년 지켜 본 인간 장미희의 모습은 30년 이상 대중의 관심과 연결된 끈을 놓치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명성과 파워를 유지해낼 만한 집념과 저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 첫째 이유가 외모관리에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장미희는 주름을 펴는 주사나 성형으로 얼굴을 젊게 한 일이 아직은 없었다. 그녀는 주로 재직 중인 명지전문대 학교 일에 전념하며 살고 있고 하루일과 중 매우 중요한 일정이 헬스클럽에서 몸매를 다지는 체력단련 운동이다. 특히 처지지 않는 목과 어깨의 힘 있는 골격은 운동으로 다진 단단한 근육질 덕분이다. 오랜 싱글 생활에서 운동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일과를 반복해 왔다. 여자 연기자의 수명은 얼굴과 몸매에 좌우된다. 연기자에게 나이는 의미가 없다. 보이고 느껴지는 그대로가 나이가 된다. 싱글로 사는 여자의 좋은 점이 자녀를 낳고 시집살이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기혼여성보다 유리한 점인데 장미희는 일찍부터 외모관리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장미희의 치밀하고 적극적인 일에 대한 욕심과 기회를 잘 활용하는 지혜로움이다. 어떻게 보면 <엄마가 뿔났다>의 고은아처럼 실제 가식이 많은 여자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이따금씩 보여주는 스쳐가는 행태이지 본색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안이 생기면 집요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실속파 정신이 있다. 30여년 전 그녀가 아직 스타의 멋을 부리지 않고 순수성이 있던 시절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신에 대한 보호 본능이 남들보다 강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곁에 없었고 어머니는 사업일로 집을 비워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보호하는 요령을 익혀야 했다. 이모나 집안일을 도우는 어른들이 뒷바라지했지만 부모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말 외에는 얘기를 잘하지 않는 버릇도 생겼다.”



장미희는 그래서 내성적인 면이 있다. 실제 본심은 알 수 없으나 얼굴 표정을 보면 우울증 같은 어두운 면을 느끼게 할 때도 많다. 필자가 알고 있는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처신을 잘한다. 1976년 <성춘향전>의 타이틀 롤 공모에서 선발된 후 1977년 <겨울여자> 1984년 <깊고 푸른 밤> 등 영화사에 기록된 대표적인 작품에서 화려한 발자취를 남긴 그녀는 정윤희 유지인과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 때도 가장 작품실적이 돋보이는 배우였다. 그것은 작품 선택과 연기의 소화력이 뛰어난 데서 비롯된 결과였다.





한때 출신학교 문제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대학교수로 발탁된 동기가 출중한 배우로서의 경력이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문제가 따르지 않았다. 그로인해 위축된 그녀의 쌓인 스트레스가 이번에 고은아를 통해 해소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삶의 방식대로라면 이것으로 물러서지 않고 또 한 번의 변신과 또 하나의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 올해 데뷔 32년째를 맞는 쉰 줄의 장미희이지만 그녀는 아직도 젊다. 그녀는 한마디로 몇 안 되는 연기 9단의 현역 연기자로 건재해 있다.




■ 월간지 <우먼센스>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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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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