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 비즈킷의 ‘N 2 gether Now’ 이야기
림프 비즈킷의 ‘N 2 gether Now’ 이야기
  • 이근형
  • 승인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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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과 힙합이 결합한 노래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록음악계에서 림프 비즈킷의 프레드 더스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아마 칭찬보다는 욕이 더 많을 것이다. 그만큼 프레드 더스트는 그의 음악적 산물에 대한 칭찬보다는 가십거리에서 비롯된 악행이나 스캔들 때문에 욕을 더 많이 듣는 경우다. 툭하면 주류 가요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슈퍼스타들 ‘뒷담화’를 밥 먹듯 하고, 또 그만큼 그들의 팬들에게 역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프레드 더스트가 림프 비즈킷에서 표방하는 ‘핌프 록(림프 비즈킷 특유의 피폐한 하드코어 뮤직을 이르는 말)’은 곧 프레드 더스트 특유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칭찬보다 욕을 더 먹는 림프 비즈킷

여기에 더해 힙합 씬에서 악명이 자자한 힙합 아티스트 메소드 맨이 더해지면, 아마 이들에게 토마토 세례는 물론 두루마리 휴지, 심지어 맨홀 뚜껑까지 날아올지도 모른다. 갱스터처럼 음흉한 기운을 지닌 메소드 맨과 프레드 더스트가 함께 지나가면 아주 볼만한 광경이 펼쳐질 것이란 얘긴데, 마침 이러한 조합이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에 존재했다. 더군다나 노래를 하나 만들면서 빌보드 차트에서 호성적을 기록했었다. 힙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전설적 아티스트 DJ프리미어의 프로듀싱 아래 록음악으로 대변되는 림프 비즈킷, 그리고 힙합으로 대변되는 메소드 맨이 N 2 gether Now라는 노래를 만든 것이다.



림프 비즈킷은 '록음악을 하는 힙합 밴드'라는 칭호가 붙는다. 이 수식은 아마 림프 비즈킷이 지금까지 내놓은 정규 앨범 4장과 비정규 앨범 4장을 통틀어 고려할 때 그들의 음악적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에는 약간의 조롱 섞인 뜻도 내포하고 있다. 림프 비즈킷은 그 누가 뭐래도 랩 록계에서는 세계 정상급에 속하는 대형 밴드이고, 랩 록과 하드코어 음악에서 림프 그들의 음악은 하나의 경전으로 통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도를 벗어난 랩 록이 표적


하지만 림프 비즈킷이 2000년대 들어 얼터너티브 메탈과 펑크 록으로 변장했다 해도 이들이 전성기 시절 힙합 음악에서 차용한 특유의 바운스로 유명세를 떨친 사실에 대해서는 록 순혈(純血)주의자들로부터 비난 받을 요소이기도 하다. 랩 록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록음악 무대에서 힙합스러운 퍼포먼스와 바운스가 등장하는 것이 표적 대상이다. 특히 전체적인 랩 록그룹 중에서도 림프 비즈킷은 장수할 만큼 욕을 많이 얻어먹는다. 그들이 타 록그룹들처럼 샤우팅을 내지르고 헤비한 기타 연주에 힘을 싣는 것은 맞지만 아무래도 팀의 프론트맨이자 보컬인 프레드 더스트의 행실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적정(?) 이상의 욕을 먹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림프 비즈킷과 메소드 맨이 함께 한 N 2gether Now는 림프 비즈킷이 작정하고 나선 노래다. 섬세한 하프 코드가 흐르는 가운데 일렉트릭 기타 연주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으며, 힙합 노래에서 들을 수 있는 리드미컬한 드럼 연주를 바탕으로 프레드 더스트와 메소드 맨이 돌아가며 화려한 랩핑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DJ프리미어의 철두철미한 지휘 아래 중요한 순간에 절묘하게 그루브 타임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후반부에는 익사이팅한 스크래칭도 들을 수 있다. 분명 림프 비즈킷은 자신들의 음악 장르에 충실하며 힙합스러운 록음악, 즉 랩 록에 충실했다.



튀는 사운드 N 2 gether Now


N 2gether Now는 메소드 맨이 다른 흑인 아티스트들에게 곡을 써준 것들에서 중요 부분을 차용하여 가사를 일부 만들었으며, 곡의 전반적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하프 코드 샘플은 전설적 하프 연주가 나데르망의 Allegro Maestoso에서 따왔다. 결국 N 2 gether Now는 프레드 더스트와 메소드 맨의 맛깔스런 랩핑과 통통 튀는 친근한 사운드로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99년 빌보드 차트 Rhythmic Top 40 차트에서 최종 7위를, The Billboard Hot 100 차트에서는 70위를 찍어냈다. 비록 거대한 파급 효과는 없었지만 어쨌거나 나름대로 잘 틀어막으며 선방한 셈이다. 어차피 N 2 gether Now로는 아쉬울 게 없었던 것이 Significant Others 앨범의 대표곡 Nookie가 모던 록 차트에서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말 그대로 힙합스럽다. 림프 비즈킷의 뮤직비디오야 워낙 내용이 불순하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이 절로 나지만, 메소드 맨이 뮤직비디오에 참가한 작품에서는 그러한 느낌을 더더욱 실감할 수 있다. 프레드 더스트의 복장이 큼지막한 티셔츠에 모자를 거꾸로 쓴 패션인데, 가뜩이나 이렇게 힙합스러운 프레드 더스트 옆에 (소위 블링블링 스타일이라고 일컫는) 화려한 시계 두 쪽을 양 팔에 차고 음흉한 눈빛을 지닌 메소드 맨이 앉아있으니 이것이 힙합퍼들의 집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뮤직비디오에서는 메소드 맨이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격투기 게임을 즐기고 있는 가운데 프레드 더스트가 홀연히 등장해 메소드 맨과 게임 한 판을 겨룬다. 이들은 갑자기 조이스틱을 던지고 직접 현실 세계로 나와 격투기 게임을 즐기듯 전투에 나서는데 싸움 도중 전화가 와서 메소드 맨이 프레드 더스트에게 바꿔주는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림프 비즈킷은 록음악 팬들과 하드코어 팬들로부터 동시에 욕을 불러오는 밴드다. 이들이 랩 록의 후발 주자로서 콘과 데프톤즈의 도움으로 오버그라운드에 올라 세계적 명성을 떨친 슈퍼밴드인 건 확실하지만, 컴백 앨범을 낸다 해도 아직까지 멤버들 사이에서 불화가 끊이질 않고, 팬들의 반응 또한 예전 같지 않다. 일단 림프 비즈킷은 2003년 앨범 ‘Results May Vary’에서 랩 록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갑자기 얼터너티브 메탈을 표방하는 바람에 림프 비즈킷의 핌프 록을 사랑하던 하드코어 팬들에게 돌 세례를 맞았다. 그것은 분명 공식적 발표도 없이 장르에 편승했기 때문이었다.



‘록 아닌 록’ 림프 비즈킷의 노래


그러면서 림프 비즈킷은 순혈주의를 요구하는 록음악 팬들에게는 “록밴드답지 않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림프 비즈킷이 내놓는 앨범 하나하나가 점점 록음악의 그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이유이기도 하고, 림프 비즈킷이 전/현직 록 레전드의 업적이나 위상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순혈주의 록 팬들은 랩핑을 마구 던지며 힙합적 바운스를 골격으로 하는 랩 록 그룹을 두고 "뉴 메탈 (Nu Metal)이 등장했다"며 반기긴 했지만, 림프 비즈킷처럼 수긍할 수 있는 커트라인을 넘기는 것은 절대 반기지 않았다. 게다가 97년에서야 등장한 림프 비즈킷이 뭐 그리 대수라고 타 록그룹을 비방하는가에 대해서도 분노가 적잖았다.



N 2 gether Now는 사실 림프 비즈킷이 만들었다지만 그 배후에는 메소드 맨과 DJ 프리미어라는 힙합 아티스트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힙합적 바운스를 충분히 살린 명작 하드코어 록을 만끽할 수 있다. 현재 음악 장르를 갈아탄 림프 비즈킷은 하드코어 팬들로부터 "N 2 gether Now 시절로 돌아가라!"고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순혈주의 록 팬들에게는 "림프 비즈킷의 노래는 우리들이 들을 가치도 없는 록 아닌 록이다"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다. 적어도 록 무대에서 힙합퍼 메소드 맨이 등장하는 걸 반기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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