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핸드프린팅 남긴 천재 록스타 빌리 코건②
할리우드에 핸드프린팅 남긴 천재 록스타 빌리 코건②
  • 이근형
  • 승인 20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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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곡 Today 남긴 스매싱 펌킨스 면면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스매싱 펌킨스의 7집 ‘Zeitgeist’에 대한 음악계의 전반적 반응은 괜찮았다. 먼저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 차트 'Billboard 200'에서 2위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해냈다. 그리고 뉴질랜드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 차트 1~2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게다가 싱글곡인 ‘Doomsday Clock’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의 OST 앨범에 이름을 올리는 등 꽤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싱글 커트된 나머지 곡들은 차트마다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며 순위 목록에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또한 오랫동안 스매싱 펌킨스를 기다린 팬들은 ‘Zeitgeist’를 가리켜 '굉장히 실망한 앨범'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스매싱 펌킨스는 ‘Zeitgeist(시대정신이라는 뜻의 독일어)’라는 거창한 제목을 앨범에 붙이며 반미(反美) 혹은 부시 정권에 대한 비판적 어조를 띠었지만, 그것은 그저 이목을 끌기 위해 급조된 하나의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있었다. 붉은 빛이 자욱한 가운데 피바다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가라앉는 비장한 앨범 재킷 역시 공들여 만든 것이겠지만, 그 누구도 ‘Zeitgeist’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메시지(혹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음악부터가 너무 듣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고 더 이상 스매싱 펌킨스 특유의 인디적 요소를 볼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스매싱 펌킨스는 그렇게 앨범 재킷처럼 바다에 좌초하고 말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세계적 음악 포털 올뮤직닷컴에 따르면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 장르를 구분할 때 대표적으로 얼터너티브록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인디뮤직도 삽입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곧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강한 음악적 색깔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은 상당히 독창적이다. 먼저 스매싱 펌킨스의 출생 히스토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매싱 펌킨스의 원년 멤버 중에는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일본계 미국인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 그리고 록그룹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여성 멤버 디아시 레츠키가 바로 그들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시카고에서 결성되었지만, 어찌 보면 음악적 특색은 여러 가지 문화를 모두 담아서 내놓는 미국 서부의 록음악(물론 미 서부 음악의 대표적인 장르인 랩 록, 랩 코어, 펑크 메탈은 스매싱 펌킨스와 다른 흑인 음악 노선을 걷고 있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제임스 이하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즉 아시아의 감성과 디아시 레츠키가 만들어내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터치가 혼연일체를 이루어 스매싱 펌킨스가 추구하는 얼터너티브 록에 썩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빌리 코건의 천재성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적 록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아시아인의 감수성과 그 여성적인 지향점이 스매싱 펌킨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스매싱 펌킨스가 특별한 이유

어렸을 때부터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아버지 (패트릭 코건 시니어)의 영향을 받아 천부적인 음악성을 지닌 빌리 코건의 머리, 그리고 빌리 코건만이 만들 수 있는 비음 섞인 보컬의 독특함도 스매싱 펌킨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결코 빌리 코건의 천재성만이 스매싱 펌킨스를 '모두' 진두지휘한다고 할 수 없다. 만약 다른 멤버들의 매력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빌리 코건이 추구하는 몽환적이고 자아 비판적인, 그리고 여린 록음악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제임스 이하와 디아시 레츠키의 역할이 생각 외로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빌리 코건의 두뇌로 독재되던 스매싱 펌킨스에는 내분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빌리 코건만 바라보고, 빌리 코건 또한 팀을 혼자서 이끌려 했다. 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요소를 담당하던 제임스 이하와 디아시 레츠키가 반기를 드는 것은 수순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운전자가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하더라도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연료와 기능이 없다면 그 베스트 드라이버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월드투어 콘서트

현재 빌리 코건이 이끌고 있는 스매싱 펌킨스는 공식적 기수로 3기라 할 수 있다. 스매싱 펌킨스 3기는 7집 ‘Zeitgeist’의 참패를 뒤로 한 채 열심히 월드 투어를 거행하면서 점점 잊혀져가는 자신들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있다. 유투브에서는 최근 스매싱 펌킨스가 출연한 각 지역의 콘서트 실황을 무리 없이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밀라노 런던 뉴욕 그리고 캐나다의 어느 시골 도시까지 가리지 않고 투어 콘서트에 매진했다. 물론 ‘Zeitgeist’에 실려 있는 곡들을 연주하는 것은 아니고 ‘1979’ ‘Tonight Tonight’ ‘Today’ ‘Cherub Rock’ 등 90년대 스매싱 펌킨스의 메가 히트곡들을 리바이벌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들은 록워크에 이름을 새겼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임스 이하와 디아시 레츠키가 핸드프린팅을 거행하는 자리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매싱 펌킨스가 이룩한 얼터너티브 록의 업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며, 충분히 빌리 코건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새길 가치가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은 이미 각자의 길을 걸으며 스매싱 펌킨스의 찬란했던 흔적들을 하나하나 지우고 있다. 제임스 이하는 종종 미국을 방문하면서 최근 음악 감독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달았고 디아시 레츠키는 록음악계에서 은퇴했다고 전해진다.





불후의 명곡 만든 원년 멤버의 향수

빌리 코건은 스매싱 펌킨스 3기를 꾸릴 때 예전 오리지널 멤버처럼 리드 기타 및 세컨드 기타를 맡아줄 수 있는 기타리스트(제프 슈뢰더)를 앉혔으며, 베이시스트 자리에는 디아시 레츠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여성 멤버(진저 레예스)를 데려왔다. 그것은 곧, 빌리 코건이 예전 멤버들과의 사이가 아무리 틀어졌다고 해도 스매싱 펌킨스의 환상적인 오리지널 멤버 구성도를 그리워한다는 방증이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새 멤버를 모아 신보 Zeitgeist를 내놨는데 흥행 참패한 것을 생각해보면 눈물겹기도 하다. 게다가 지금 공식적인 스매싱 펌킨스의 멤버는 단 두 명, 빌리 코건과 지미 체임벌린 뿐이다.



혹자들은 더 이상 스매싱 펌킨스의 존재 자체가 있을 수 없다며 그들의 존재를 부정할 것이다. 새로운 얼터너티브 록밴드들이 등장하고, 최근 세계 록음악계의 트렌드는 개러지 록이기 때문에 스매싱 펌킨스가 발버둥을 친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음악 팬들의 순수한 염원이 이루어져 만약 빌리 코건, 제임스 이하, 디아시 레츠키, 그리고 지미 체임벌린이 재결성한다면? 록계에는 분명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다. 이들이 다시 뭉쳐 내놓은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다 해도 일단 지금의 스매싱 펌킨스보다는 음악성 면에서 훨씬 후한 점수를 받을 것이다. 인디록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자연친화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Today’라는 불후의 명곡을 만든 스매싱 펌킨스 원년 멤버들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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