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물고기에서 장선우 감독을 다시 만나다
카페 물고기에서 장선우 감독을 다시 만나다
  • 김두호
  • 승인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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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두호】가을을 넘어서는 탐라의 11월은 마을마다 황금빛 열매가 휘어지도록 달려 있는 밀감의 계절이다. 서귀포 지역 올레길의 명소로 등장한 장선우 감독의 카페 물고기를 찾아갔다.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에 있다. 멀리 가파도가 떠 있고 모슬포가 보이는 오른쪽으로 절벽의 경관이 병풍처럼 벽을 세우고 있다. 150가구가 마을을 이룬 아주 아늑한 해안의 분지 같은 마을이다.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해 그곳에 살 생각을 했다는 장 감독의 고백처럼 눈앞에 차오른 바다는 조용하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카페 물고기는 바다로 내려가는 마을 앞에 있다.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되는 슬레이트 지붕의 빈 농가를 주인의 허락을 맡고 아주 아기자기한 휴식공간으로 개조했다. 작은 마당에도 식탁이 있고 억새풀 두 포기가 정원수처럼 무성한 잎을 날리고 있다. 바람이 불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멀리 떨어져 들려오는 파도소리 같다.


-점심을 수제비 맛있게 하는 집으로 초대하려고 했어요.

장 감독은 대접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미리 생각하고 있던 남의 식당을 마다하고 그의 카페에서 식사 메뉴를 청했다. 해물 스파게티에 커피 한잔, 아주 맛있게 먹고 있을 때 그의 부인이 나타났다. 동네사람들이 가져다 준 고사떡을 들고 왔다. 첫눈에 청순하고 선량한 인상이었다. 삶의 고백록 같은 장 감독의 최근 소설집을 통해 나타난 일인칭 주인공의 어린 아내는 실제 슬픈 얘기를 하거나 조금만 싫은 얘기를 하면 금방 울어버릴 수 있다는 심성이 고운 여자였다.

그들 부부가 요리하고 커피잔 서빙하며 운영하는 카페 물고기에는 쉬지 않고 손님들이 찾아왔다. 배낭을 멘 올레꾼도 있지만 차를 몰고 나타나는 손님도 있다. 기자와 감독으로 인연이 시작된 지 오래된 우리는 이날 텅 빈 마음으로 커피만 마시며 별로 말을 나누지 않았다. 눈길을 주고받으며 느껴오는 것은 영화감독 장선우가 이제 탐욕의 세상을 등진 반(半)신선이 됐거나 소박한 시골 촌부로 조용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가 헤어질 무렵 장 감독은 영화 얘기를 했다. 제작비 많이 들지 않고 연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제주 장선우 물고기 카페

제주도의 시골은 어디서나 마을이 있고 밀감 밭이 있는 돌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끝에는 바다가 나온다. 그러나 많은 동네 중에서도 카페 물고기가 있는 창천리 만큼 살고 싶은 동네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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