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닭강정' 이병헌 감독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더 진지하게 작업했죠"
[인터뷰365] '닭강정' 이병헌 감독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더 진지하게 작업했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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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이병헌 감독 인터뷰②
- "원작 웹툰 '닭강정'이 가진 색깔 화면에 옮기고 싶었죠"
- 첫 현장에서 류승룡 배우 연기보고 마음의 위안얻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의 이병헌 감독/사진=넷플릭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1600만 관객을 동원한 메가 히트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B급병맛코미디 '닭강정'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닭강정’은 “이상한데 자꾸 다음 화를 보게된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는 기발한 소재와 전개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박지독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은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딸과 그 딸을 되찾기 위한 두 남자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 감독은 영화 ‘극한직업’을 비롯, ‘스물’, ‘드림’, ‘바람바람바람’,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 다수의 작품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았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닭강정’이 처음이다. 이 작품 역시 각본과 연출을 맡아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장면/사진=넷플릭스

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이병헌 감독 표’ 코미디 장르를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주연 배우들은 입 맞춰 ‘하.하.하’웃고, 과한 말투와 몸짓은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다.

이 감독은 웹툰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쉼없이 고민했고, 걱정도 많았다. 시나리오를 쓰다 얼굴이 빨개진 적도 있었다.

이 감독은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극한직업’을 할 때 뇌가 많이 쉬었다면, ‘닭강정’은 뇌가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극한직업’이나 ‘멜로가 체질’과는 다른 결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는 이 감독은 “‘닭강정’은 내겐 도전이자, 돌파구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①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닭강정’은 도전이자, 돌파구였다”  이어서 

물러서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밀리지 않겠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의 (사진 왼쪽부터)배우 안재홍, 김남희, 류승룡/사진=넷플릭스

- 연극 같은 과한 표현 톤도 다 각본에 쓰여있었나.

“하나하나 디렉션을 준 게 아니고, 만화적이고 연극적인 작품 톤이 됐으면 좋겠다고 연출 전에 말씀드렸다. 배우분들이 과감하게 만들어오시더라.”

- 극 중 주인공들이 '하하하'라고 웃는 작품이나, 말투나 캐릭터가 만화적이란 느낌이 강하다. 연극 같은 과한 표현 톤도 등장한다. 이렇게 연출한 이유가 있나.

“닭강정이 가진 색깔이라고 생각했다. 그 색을 고스란히 화면에 옮기는 게 처음의 의도였다. 상당히 어렵고 망설여졌지만, 재밌을 것 같았다. 배우들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물러서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해가 되는 선에서 재미있게 해보자 싶었다.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원작 작가가 손가락을 4개만 그렸듯이, 그 색깔을 고수하자는 생각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장면/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장면/사진=넷플릭스

- 현장에서는 어땠나.

“현장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배우분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연기 톤이 몇 단계 위로 올라가 있어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그런데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류승룡 선배부터 미리 준비 해오시고 이끌어주니 자연스럽게 모든 배우들도 하시더라.”

- 류승룡 배우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생각보다 대화를 많이 안 나눴다. 현장에서 디렉션이 거의 없었다. 촬영현장에서 첫 연기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원작을 보고 어느 정도 각오하고 계신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서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적으로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이었고, 서로 부끄러웠던 순간도 있었다. 조마조마하고 약간 '쫄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더 진지했던 것 같다. 가벼운 코미디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만든 사람들은 진중하게 접근하며 작업했다.”

- 각본 작업 당시 주연배우인 류승룡, 안재홍 배우를 염두해 쓴 건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다. 대본을 다 쓴 후에 회사를 통해 섭외가 진행됐다. 제 성격상 대본 없이 친분만으로 캐스팅하지 못한다. 가까운 사이여도 개인적으로 직접 배우에게 대본을 준 적도 없다. 서로 부담되니까.”

- 김남희 배우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처음에 놀랐을 텐데 '이렇게까지 한다고?'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받아들이고 더 가더라.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싶었다. 하하. 묘한 지점에서 표정과 소리가 따로 노는 듯한 그 어려운 걸 해내더라. 류승룡도 류승룡이고, 안재홍도 안재홍이지만, 김남희도 김남희였다. 평소 그의 작품을 보고 참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직전에 운 좋게 캐스팅했는데, 이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린다. 캐스팅을 너무 잘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장면. 김태훈 배우/사진=넷플릭스

- 김태훈 배우의 그룹 ‘BTS’의 춤 열연도 신선했다.

“예전 제가 제작한 드라마 '죄종병기 앨리스'란 작품에서 한 번 뵌 적이 있다. 점잖고 낯가림이 심하신데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 언젠간 한번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코미디를 같이 해보고 싶었다. 이번 작품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다. 점잖은 사람이 예상 밖의 무언가를 했을 때 오는 재미가 있다. 예상대로 너무 재미있었다. BTS 춤도 정말 열심히 연습하셨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비하인트 컷/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정호연/사진=넷플릭스

- 극은 화려한 특별 출연진으로도 눈길을 끈다. 닭강정으로 변해버리는 민아 역에는 김유정이 등장하고, ‘고백중’의 전 연인이자 맛 칼럼니스트로 정호연이 출연한다.

하다 보니 캐스팅이 화려해졌다. 캐스팅은 캐릭터와 어울리는 게 1순위다. 김유정 배우는 운 좋게 캐스팅됐다. 현장에서 베테랑다운 면모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뚝딱하는 모습이 선배 같았다. 정호연 배우는 특별 출연인데도 준비를 많이 해와서 놀랐다. 안재홍 배우와 좋은 호흡을 보여줘서 감사했다.”

내게 코미디란

- ‘극한직업’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런 왕관이 연출 활동이나 작품 활동에 원동력으로 작용하는가.

“엄청난 원동력이다. ‘닭강정’도 ‘극한직업’이 없었으면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이런 어려운 작품에 도전 안 했을 것 같다. 보다 안전한 것을 찾았겠지. ‘극한직업’의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에 매몰되지 않고 당분간은 지금 분위기로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 매몰되지 않는다는 말은 ‘극한직업’ 같은 대중적인 작품을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그런 작품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중적으로 재미있다. 부모님도 좋아해 주시는 작품이기도 하다. ‘극한직업’은 연출이 수월했다. 쉽게 풀어가는 이야기다 보니 배우나 스태프들도 이해가 쉬우니까. 대본 안에 있으니 설명할 필요도 없고, 연출적으로 독창적인 표현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사실 제일 쉬웠다. ‘극한직업’이 뇌가 가장 많이 쉰 작품이라면, ‘닭강정’은 뇌가 쉴 수가 없었다. 계속 고민하고, 이게 맞나 걱정도 하고, 피곤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작품을 하는 게 훨씬 재밌다. 대중적인 성취는 ‘극한직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성취감이 크다.”

-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어릴 적부터 코미디를 좋아했다. 홍콩 누아르로 처음 영화를 접했는데, 보면서 '이렇게 하면 웃길 텐데' 생각을 했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다 보니 코미디를 시작했고, 계속하게 됐다. 뭔가를 하려면 좋아해야 한다. 장르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연구도 하고 공부도 한다. 진지한 드라마를 볼 때도 웃긴 상상을 했다. 코미디란 장르를 하고는 있지만, 제 안에서는 모두 다른 작품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작품이 쌓이고 경험치가 학습된 상태이니 괜찮은 이야기가 있으면 코디니 장르를 떠나 다른 작품을 할 수도 있다. 써놓은 시나리오 중 코미디가 아닌 작품도 있다.”

-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김은숙 작가와 협업하는데.

“지금은 너무 초기 단계다. 작품이 나오려면 한참 멀었다. 작가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대본도 재미있고 치밀하게 작업하시는 부분도 있다. 볼거리가 많다. (김)우빈이도 반갑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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